장애등급제 폐지 3개월 “바뀐게 뭐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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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19-10-15 15:41 조회7,518회 댓글0건본문
장애인연금 3급 ‘물거품’, 활보 최대 시간 ‘0명’
“예산 확대 없는 희망고문”…복지부 “개선 노력”
장애계에서 요구해왔던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변하지 않은 예산으로 오히려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는 것.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31년만에 변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발표한 장애등급제 폐지는 기존 1~6급의 장애등급을 중증과 경증으로 단순화하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해 의학적 기준의 등급이 아닌, 장애인 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고려해 서비스 종합조사 도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에 따라 활동지원 등 일상생활 영역을 시작으로, 2020년 주거 이동, 2022년 소득 고용 분야로 단계적 확대할 예정. 그러나 현장에서는 ‘의문 투성이’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어마어마한데 예산이 확대되지 않아 희망고문”이라면서 ‘진짜’ 폐지를 위한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활동지원 예산 확대 ▲판정 전달체계에서의 권리 보장 등의 과제를 내세웠다.
박 이사장은 “장애인 복지욕구의 1순위이자, 등급제 폐지에 있어 핵심인 ‘소득보장’은 대상자의 사각지대 문제”라면서 “장애인연금의 대상에서 ‘중복’을 날리고, 3급 전체까지 주자고 했는데, 복지부장관께서 그것도 너무 과격하다고 한다. 그럼 단계적으로 기초수급자부터 가자고 하는데 이 예산조차도 국회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활동지원 관련해서도 “예산액수의 규모만 보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2019년 예산 세부내역을 보면, 서비스 수가 인상 확대 말고는 이뤄진 것이 거의 없다”면서 “필요한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권리로서 보장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전제조건이자 필수요건”이라고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OECD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한 GDP대비 장애인복지예산을 어느정도 늘릴 것인지 목표치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더 큰 문제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다. 복지부가 “장애인 정책이 31년만에 바뀝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에 의한 ‘맞춤형’ 지원에 대한 평가는?
새롭게 도입한 종합조사표는 기존의 의료적 관점에 기반을 둔, 기능 제한 중심의 서비스 판정 틀이며 오히려 더 평가 기준이 높아졌고, 오히려 종합조사점수 안에서 각 장애유형별 갈등만 고조됐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복지부가 주장하는 하루 최대 16.16시간은 불가능에 가깝다. 박 이사장은 “복지부에 최대 시간을 받은 장애인이 있냐고 물었더니, 말씀을 안하다가 한 명도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7월 중순 중증장애인 정덕규 씨는 종합조사 결과 317점, 6구간으로 330시간을 받았다. 이후 8월초 이의신청에도 319.4점으로, 똑같은 330점을 받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 분은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제기된 분이다. 현재 330시간 받고 있고, 24시간 중 나머지 시간은 가족이 사비로 활동지원을 어렵게 이용하고 있는 상태”라며 “지금의 종합조사는 사회활동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최중증을 더욱 절망하게 만드는 조사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또 8월21일 복지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기존 수급자 중 수급자격 갱신대상자 1221명 중 79.8%가 급여량이 증가했고, 단 1%만이 급여량 감소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급여보전’ 방안을 적용한 결과로, ‘급여보전’ 미적용시 하락자 비율은 20%에 해당하는 장애인이 종전 서비스 시간 대비 하락했다.
박 이사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종합조사표를 넘어 장애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 장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궁극적인 방향"이라면서 "단순히 돈 몇 푼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장애계 관계자들도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 이후, 체감되는 점이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
하루 30분 활동지원 시간 확대로 발달장애인 돌봄의 부담을 덜지 못했으며, 등급제가 폐지돼도 전동휠체어 급여기준은 변하지 않은 점, 논의 테이블 조차 앉지 못한 청각장애인 현실도 털어놨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국장은 "복지부는 서비스 지원종합조사가 도입되면서 발달장애인의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이 지적장애인 89.1시간에서 106.1시간, 자폐성장애인은 92.1시간에서 108.5시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30분 시간 증가한 사례로 자화차찬했다"라면서 "하루 30분 늘어서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이 개선되고, 복지사각지대가 근본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봤다고 해서 순간 하나님이 오신 줄 알았다. 가능한 사고방식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윤 국장은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바로 건져내야 하는데, 복지부의 행태는 10미터 빠진 사람을 1미터로 올려놓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건져내지 못했고, 숨이라도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숨을 못 쉬게 만들어놨다. 발달장애인 돌봄에 대한 부담은 결국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피력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명신 사무처장은 "장애등급제 만큼이나 보조기기 지원도 중요한 문제인데, 정부는 예산 문제에 대해서 절대 바꾸지 않는다. 뇌병변장애인은 장애특성으로 인해 맞춤휠체어를 지원해야 하는데, 전동휠체어 건강보험 급여가 10년이 넘도록 209만원이다. 등급제가 폐지되도 보조기기 지원은 변한 것이 없다"면서 "지원 기준을 500만원 대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김철환 활동가는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는 청각장애인에게는 억지로 끼워맞춰진 옷이다. 청각장애인이 정말 필요한 의사소통, 정보 접근 문제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일상생활에 수어통역사를 요구하고 싶어도, 문제를 지원받고 싶어도, 생계를 위해 의사소통 서비스를 요구하고 싶어도 이야기 조차 할 수 없다"면서 정책에서 소외되고 논의조차 안 되는 청각장애인들의 현실을 토로했다.
■“고시개정위 통해 종합조사표 개선”,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추진”
이 같은 지적에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정순길 팀장은 ”장애등급제 폐지 관련해서 주로 논의됐던 활동지원서비스고, 종합조사인데 많이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면서 ”복지부에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 기존 수급자들의 급여량, 자격과 연결돼있어서 다소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개편했던 것 같다“고 말을 뗐다.
이어 그는 “제도적으로 구상했던 활동지원 하루 최대 16.16시간에 대해서는 대상자가 없지만, 현재 월 450시간으로 하루 15시간 받는 분들이 나타나고 있고, 지원 시간에 대해서는 확실히 증가했다”면서 “변경된 종합조사표가 최중증을 덜 보호했다는 것은 아니다. 종전보다는 지원시간이 증가했고, 최대 시간이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일정 부분 개선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장애인연금 3급까지 확대 부분에 대해서는 “속도나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정부에서는 장애인연금을 우선적으로 3급으로 확대하기 위해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공유했다.
또한 향후 추진 계획과 관련, “종합조사에 대한 고시개정위원회를 통해 시행된 부분에 대해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서는 수요자 중심 지원체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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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