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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작가의 ‘날 것’, 세상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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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19-08-08 09:34 조회7,4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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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작가의 ‘날 것’, 세상을 흔들다

미술인 축제 ‘아시아프’ 참여 김치형 작가의 꿈

“기상천외한 상상력…그림 통한 경제활동 소망”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8-07 17:19:36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젊은 미술인들의 최대 축제 ‘2019 아시아프(ASYAAF)’ 전시장에서 김치형 작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용암지대의 생물’ 앞에서.ⓒ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젊은 미술인들의 최대 축제 ‘2019 아시아프(ASYAAF)’ 전시장에서 김치형 작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용암지대의 생물’ 앞에서.ⓒ에이블뉴스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데 미술적 재능과 연관해 직업을 구하고자 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취업지원부로부터 미술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인 김치형 (23세, 자폐성장애, 남)작가를 소개받았다.

A4용지 한 장 가득 쓰인 자기소개서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거주하며, 자연스럽게 터득한 미술로, 비장애인 작가들과 전시는 물론 그림책, 작품 판매 등을 활발히 해온 그의 이야기와 꿈이 담겨있었다.

“치형이의 그림은 일반적 교양이나 전통적 미술에 영향받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미술이에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젊은 미술인들의 최대 축제 ‘2019 아시아프(ASYAAF)’ 전시장. 가운데 사진이 김치형 작가의 작품 전시 모습, 마지막 사진은 관람객들을 위한 김치형 작가의 작품 엽서와 스티커 등이다.ⓒ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젊은 미술인들의 최대 축제 ‘2019 아시아프(ASYAAF)’ 전시장. 가운데 사진이 김치형 작가의 작품 전시 모습, 마지막 사진은 관람객들을 위한 김치형 작가의 작품 엽서와 스티커 등이다.ⓒ에이블뉴스
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젊은 미술인들의 최대 축제 ‘2019 아시아프(ASYAAF)’ 전시장에서 김치형 작가를 만났다. 김 작가는 아시아 국적의 대학(원)생 및 35세 이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프' 2부 평면 분야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오는 18일까지 ‘깊은 산 속’, ‘용암지대의 생물’, ‘랜덤 월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6일 개막 당일부터 이미 3개 작품이 판매되며 큰 호응을 이끌고 있다고.

김 작가는 2013년 ‘열일곱 해의 발자국’ 개인전을 시작으로, 그리고 2017년, 2018년, 2019년 각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처음으로 참여했던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서 좋아요.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인도와 미국에서 거주한 김치형 작가에게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속 동물, 곤충, 식물은 그의 좋은 그림 소재였다.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생활하며 곤충과 화석에 관심이 많던 그는 책을 통해 궁금증을 풀고, 연필과 종이로 그림을 그렸다.

5세 때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고 연필로 눈 100개가 달린 용을 그려내 미술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고.

“주변에 도마뱀, 날다람쥐, 곤충들이 있으니까 곤충 채집과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며 곤충학자를 꿈꾸기도 했어요.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계속 그림을 그린 아이의 작품을 모으고, 모아서 중학교 3학년 때는 그림책 ‘Le premier’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 출간한 그림책 ‘Le premier’ 속 눈 100개가 달린 용 그림.ⓒ김치형에이블포토로 보기 중학교 3학년때 출간한 그림책 ‘Le premier’ 속 눈 100개가 달린 용 그림.ⓒ김치형
펜드로잉은 김 작가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만큼 늘 함께하는 미술 재료다. 최근에는 한층 더 나아가 캔버스에 아크릴, 과슈 등 다양한 재료로 창작세계를 한층 발전시키고 있다.

미술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위트로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들이 등장하는 세계를 그려나간다. 오히려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날 것 그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자유로운 작품 세계를 펼칠 수 있었다고.

“치형이가 미국에서 잠깐 아트스쿨을 다녔는데, 교사들이 모두 ‘한국에 가면 그림을 시키라’고 재능을 매일 칭찬했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그나마 자유롭다고 알려진 홍대 앞 미술학원에 갔다가, 한 달 반 만에 나왔어요. 같이 하는 학생들이 전부 대학 입시에만 매몰돼서 치형이와 전혀 맞지 않았거든요.”

김치형 작가의 작품 ‘Old sandwich’, pen and marker on paper, 480x650, 2017.ⓒ김치형에이블포토로 보기 김치형 작가의 작품 ‘Old sandwich’, pen and marker on paper, 480x650, 2017.ⓒ김치형
그는 특유의 세밀한 묘사력으로 캐릭터의 표정, 장면과 상황의 표현에 집중하는 그의 창작세계는 순수함과 그로테스크함을 동시에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 2018년부터 아티스트 그룹 ‘밝은방’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한 예술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주로 미국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블랙유머, 음악에서 주로 영감을 받아요. 인터넷, 유튜브를를 통해서요. 항상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어요.”

김치형 작가의 홈페이지(kimcheehyung.com) 모습.ⓒ홈페이지 캡쳐에이블포토로 보기 김치형 작가의 홈페이지(kimcheehyung.com) 모습.ⓒ홈페이지 캡쳐
김 작가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블로그(blog.naver.com/joochee)를 만들어 그림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꾸준히 그림을 올리기도 하며, 일상생활 속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최근에는 홈페이지(kimcheehyung.com)도 개설, 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그가 세상과 소통하기까지 그의 어머니 최민지 씨의 역할이 컸다.

일반 학교를 진학한 김 작가와 매일 등·하교 동행은 물론, 담임은 물론 과목별 선생님들에게 손편지를 쓴 것. 결국 학교 설립 이래로 처음으로 ‘장한 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

“내성적인 성향의 치형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손편지를 하나하나 썼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죠.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는 치형이가 뭐든 알아서 해요. 저는 그저 묵묵히 치형이를 응원해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젊은 미술인들의 최대 축제 ‘2019 아시아프(ASYAAF)’ 전시장에서 김치형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젊은 미술인들의 최대 축제 ‘2019 아시아프(ASYAAF)’ 전시장에서 김치형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에이블뉴스
김치형 작가는 이번 ‘아시아프’를 시작으로,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2관에서 진행되는 ‘2019년 한·중·일 장애인미술교류전’에도 참여, 장애 예술계와 소통도 시작할 예정이다.

“치형이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고, 각종 장애 예술계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 조금씩 알아가 보려고 해요.”

솔직하고, 창조적인 ‘날 것 그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독특한 미술 세계가 돋보이는 김치형 작가는 꾸준한 작품 활동은 물론, 일자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도 10명 중 7명이 미술을 안 한다고 해요. 작가라는 길이 가난하고 어렵죠.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치형이가 재택근무를 통해서라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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