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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체험 수기’ 입상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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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19-07-08 11:47 조회7,8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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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 살 무렵

‘2019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체험 수기’ 입상작 소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7-08 08:30:25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는 매년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체험 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34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총 27편의 입상작이 선정됐다. 이중 대상 1편, 최우수상 2편, 우수상 10편을 연재한다. 네 번째는 우수상 수상작 ‘나는 세 살 무렵’이다.


나는 세 살 무렵
하대영

나는 세 살 무렵, 고열로 인해 뇌병변장애라는 이름표를 왼쪽가슴이 아닌 마음에 달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장애인이라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몰랐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 없이 어울리며 같이 자랐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졸업 시기에 정말 큰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일반 중.고등학교를 가야 할 지 아님 흔히 말하는 장애인 학교를 가야 할 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느니 장애인 학교에 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부모님과 무작정 지역에 있는 장애인학교인 선광학교에 입학했다.

나를 기준으로 비슷한 친구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보다 더 불편한 친구들도 있었고 난생 처음으로 들어 본 지적장애 친구들이 보육교사와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했다.

나도 그 날 이 후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왜?). 나도 몸이 불편했지만 나보다 더 불편한 친구들을 나도 모르게 도와주고 있었다. 기숙사 생활에 거리낌 없이 적응해 갔다. 같은 방을 쓰는 지능이 너무 떨어진 아이가 있었는데 대소변을 못 가린다고 했다. 왜인지 모르게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어 보육교사에게 “오늘부터 내가 저 아이를 맡을게요”하고 말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그 아이는 매일 껌 딱지처럼 나를 따라 다녔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내 얼굴을 한참 쳐다보더니 자기 손으로 내 얼굴을 어루만진게 아닌가? 대소변을 다 받아내 주고 자기를 챙겨줘서 그랬을까? 그냥 마음이 가서 옆에 있어 주고 도와줬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의 행동에 감동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 후 한 달이 지났을 즈음이다. 담임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다. 교무실에 들어가니 부모님도 와 계셨다. 정말 당황스럽고 어딘지 모르게 긴장감이 감도는 것이 참 불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담임선생님께서 "대영이 부모님, 대영이는 이 학교 애들이랑 맞지 않습니다. 제가 지체부자유 학교를 추천해 드릴 테니 그 학교로 가서 상담해보세요."라고 하셨다. 어찌됐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때문에 그 아이를 못 본 체 그 학교를 나오게 되었다.

담임선생님 추천으로 오게 된 학교가 바로 은혜학교였다. 은혜학교는 유치부에서 고등학교까지 지체부자유한 아이들을 전담하여 교육을 시키는 곳이었다. 전학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테스트를 통과하여 일반 수업을 받고 그렇게 6년이 지나 졸업을 하게 되었다.

내가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할 무렵은 IMF가 터져 온 나라가 들썩거리며 살기 힘들고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때이다. 그야말로 '취업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였다. 그 당시에는 개인pc가 상용화되지 않아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 학원을 다니는 것도 컴퓨터를 갖는 것도 어려웠었다.

뇌병변장애로 보행과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것이 힘든 나로서는 컴퓨터를 배워 직업을 갖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었다. 컴퓨터를 배운다는 생각은 뒤로 하고 취직자리를 구하러 다니는데 매번 다 떨어졌다. 삶의 의욕조차 없어졌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났을까? 취업을 알아보던 중 아는 지인께서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해보겠냐고 물어 보시길래 대뜸 하겠다고 했다. 그 다음 날부터 비디오 가게로 출근했다. 이때부터 나의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해 본 일이라 긴장되고 무섭고 두려웠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때 어떤 남자분이 비디오테이프를 찾다가 없었는지 카운터로 오시더니 "***영화 나왔을까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때마침 사장님은 화장실에 가고 계시지 않을 때였다.

진열 된 비디오테이프들이 수 없이 많은데 손님이 말한 테이프는 보이지 않자 화를 내시며 큰 소리와 상처 주는 말을 했다. "몸도 불편 하구만 집에 있지 뭐 하러 일을 하느냐"? 대책 없이 쏟아지는 소낙비같이 그대로 가슴으로 그 비를 맞고 있었다.

그 비에 정말 주눅이 들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그 찰나 사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 왜 저희 직원한테 뭐라 그러시죠? 아르바이트 한 지 얼마 안돼서 그러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그 말에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그때부터 독하게 배우고 상대하는 법을 알아 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 일들을 겪고 한 달이 지나 월급 받는 날이 되었다. 사장님이 월급을 주시는데 기쁨 마음 반 미안함 반이 여러번 교차했다. 내 손에 쥐어진 봉투에 20만원이라는 돈은 나에겐 큰돈이었다. 같이 졸업을 한 친구들 보다 사회생활을 빨리 한 셈이다.

같은 해 아는 지인께서 내가 졸업 한 은혜학교 앞 건물에 씨튼베이커리라는 사회복지시설이 있는데 이력서를 한번 내보라고 하셨다. 그 때 내 나이 25살이었고 은혜학교 다니면서 접했던 제빵 수업이 직업을 가졌을 때 도움이 있을 것 같은 신념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면접을 보고 왔다. 그리고 며칠 후, 합격 통보를 받았다.

처음엔 작업공간이 좁고 갖춰진 유니폼도 없이 10명 정도 되는 장애인들, 우리는 직업이 있다는 것,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 행복했다. 점점 시설이 커지면서 사회적일자리 인증을 받고 취약계층에 계신 일반직원들이 많이 들어오셨다. 쿠키도 만들고 빵도 만들어서 좋았지만 '비장애인들이 어떻게 받아드릴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중·고등학교 때, 25살 때에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되지 않았었고 그때 내가 느낀 비장애인들의 시선은 장애인들을 쇼윈도에 서 있는 마네킹처럼 바라보았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사회적기업 '씨튼베이커리'라는 큰 직장으로 성장하였다. 우리가 만든 쿠키와 빵들을 비장애인들에게 알리기까지 힘겨웠던 나날들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용기와 강인함을 가져다주는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꿀 같은 약이었다는 것을.

입사하고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같이 근무했던 초창기 멤버 3명은 아직도 함께 하고 있다. 건물도 3층까지 올렸고 장애근로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어우러져 한 식구처럼 일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내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이 회사는 장애라는 편견이 내가 느끼지 못하는 곳이다. 회사에서도 교육 시간을 갖고 회의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수녀님 이하 직원분들이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주지 않고 장애인들의 편에 서서 옹호해주심에 감사하다. 또한 내가 배웠던 일들을 장애를 가진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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