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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작가의 삶이 사회에 던지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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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19-07-10 10:31 조회7,4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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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작가의 삶이 사회에 던지는 화두​​​​

독서·글쓰기를 탈출구 삼으며 새로운 도전 준비

많은 사람들의 '농문화 이해' 등 위해 계속 도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7-10 09:49:45
노선영 작가. ⓒ노선영에이블포토로 보기노선영 작가. ⓒ노선영
말해야 산다

노선영은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녀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선영은 왜 글로 소통하고 싶었을까? 바로 그녀에게 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노선영은 1987년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홀로 잠이 깬 아이는 더듬더듬 벽을 찾아 두드렸지만 제대로 소리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겁이 나서 울부짖었지만 그 소리 또한 들을 수 없었다. 빛과 소리가 없는 어두운 작은 방 안에서 처음으로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그 두려움으로 청각장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엄마는 소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딸에게 말을 가르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다. “어느 날 엄마가 저의 손을 잡고 가글을 해 보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냥 삼켰어요.” 엄마는 딸이 가글을 할 때 목구멍에 생기는 울림을 느끼게 해 주려고 했던 것이다.

마치 셜리번이 헬렌켈러에게 말을 가르치기 위해 펌프물에 손을 갖다 대어 물의 존재를 일깨워 준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이런 노력으로 노선영은 5세 때부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입학을 하였는데 수녀 선생님의 ‘들리지 않아도 글을 잘 쓰면 사람들에게 너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말에 감동을 받아 작가의 꿈을 키웠다.

수화로 소통하면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었지만 엄마는 딸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그녀는 10세 때 일반학교로 전학을 갔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해 필기를 할 수 없었고, 선생님이 내준 과제를 듣지 못해 빈손으로 등교하였다가 체벌을 받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소통할 수 없어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다.

일반학교에서 맞이한 첫 생일을 위해 노선영은 초대편지 40장을 써서 반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해 주었다. 엄마는 딸 친구들에게 줄 맛있는 요리를 잔뜩 만들어 놓고 파티 준비를 해 놓았지만 그녀의 생일파티에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엄마와 딸이 붙들고 함께 소리내어 울었다.

학창 시절 내내 외로운 섬처럼 떠 있어야 했다. 사춘기 때는 완벽한 단절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어느 날 건물 꼭대기에서 하늘을 보며 사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엄마 얼굴이 떠오르자 그럴 수가 없었다. 죽을 용기로 살아 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녀는 독서와 글쓰기를 탈출구로 삼으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도전 또 도전

충북대학교 생활과학부에 입학하여 학내 수화동아리 ‘보이는 소리’에서 활동하며 농인의 정체성에 대해 눈뜨기 시작해, 청각장애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농인의 한 특징일 뿐이며 수화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적 소수집단이라는 자의식이 생겼다.

그리고 신체적 아픔을 보듬어 준 첫사랑, 제1호 수화통역사를 자처한 친구의 뜨거운 우정을 경험하면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갔다.

장애여성이라는 한계를 깨트리고 싶은 열망으로 통일대장정과 아테네국제마라톤에 도전했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 중국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러한 도전을 통해 들리지 않는 결핍이 오히려 열정을 가져다주는 통로임을 깨닫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다.

‘행동하라! 기회는 행동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신념으로 그녀는 방안에 틀어박혀 기회를 기다리지 않고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그녀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찾아가 조언을 들었다.

아무리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해도 그녀는 지레 포기하는 일 없이 메일을 통해 자기를 알리면서 멘토가 되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 분들이 해 준 조언들을 반드시 자기화한 뒤 농인 후배들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였다.

그러한 도전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근성을 만들어 주었다. 전화 업무 등을 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취업에 제약이 많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농인들도 들어 가기 힘든 기업에 당당히 입사했다.

또 세계적인 석학과 기업가, 국제기구 대표 등 글로벌 리더들이 연사로 참가하는 지식축제인 세계지식포럼에 농인 최초로 참가했다. 그녀는 포럼 사무국에 ‘지식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라는 장문의 메일을 보내 장애인 할인제도를 마련하도록 했고, 포럼이 개최된 후 처음으로 수화라는 언어가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성과를 일구어냈다.

지식나눔공동체 북포럼의 문을 두드리면서 타이핑 속기를 요청했고, 2014년 CBS강연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도전하는 열정에 장애는 없다(NO ONE IS DISABLED IN CHALLENGING YOUR PASSION)’라는 주제로 강연하여 관중들을 울렸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특히 영어, 일어, 프랑스어 자막으로 제작된 세바시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강연을 계기로 첫번째 책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을 2014년 출간하여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책 제목 앞에 붙은 카피 ‘나는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입니다.’로 작가가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짐작이 된다.

도전으로 얻은 깨달음

글에 대한 열망으로 2014년 아일랜드로 떠났다. 작가의 나라 아일랜드에서 J. 조이스, G. 버나드 쇼, W. B 예이츠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아일랜드 수어와 국제 수어를 구사할 수 있는 노선영은 세계의 절반을 여행하며 농인은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결코 슬픈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유쾌한 존재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여행길에 틈틈이 글을 썼다.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고요 속의 대화」 (2018) 이다. 이 책에서 ‘장애라는 이름으로 나를 결정하지 않기’, ‘오로지 생의 감각으로 삶을 꽃피우기’ 등 장애의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넓혔다.

UNESCO IRISH WRITERS CENTRE에서 2년간 작가 코스를 이수했으며, 2018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관하는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인 BRITISH COUNCIL UK ‘SYNC’ 일원으로 선정되었다.

그녀의 도전은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강연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의 재능 기부가 이어져 농인을 위한 커피 교육, 수화 강좌 등이 개설되었다. 뿐만 아니라 속기봉사자, 국제수화통역사가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고, 사회적기업에서 쉐어타이핑 서비스를 지원해 주었다.

그녀는 베스트셀러 저자 루디 시몬이 ‘내 안의 유리창을 깨트리세요. 자신의 장애뿐만 아니라 숨기고 싶은 과거에 대해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깨고 당당히 세상과 부딪혔다. 그 결과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노선영은 작가이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경험을 말로 표현하는 강연자이다. 많은 사람들이 농문화를 이해하여 농인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을 위해 그녀는 계속 도전할 것이다.
#주요경력

충북대학교 생활과학부
2014년 세계지식포럼에 농인 최초 참가
2014년 CBS강연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도전하는 열정에 장애는 없다(NO ONE IS DISABLED IN CHALLENGING YOUR PASSION)’ 강연
세바시 영어, 일어, 프랑스어 자막으로 동영상 제작
에세이「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2014) 출간 유럽여행기「 고요 속의 대화」(2018) 출간
UNESCO IRISH WRITERS CENTRE 2년간 작가 코스 이수
2018년 BRITISH COUNCIL UK‘ SYNC’ 선정(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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