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근로체험 수기’ 입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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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19-07-11 09:44 조회7,282회 댓글0건본문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2019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체험 수기’ 입상작 소개-⑦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7-11 09:04:06
2019년 공모에는 34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총 27편의 입상작이 선정됐다. 이중 대상 1편, 최우수상 2편, 우수상 10편을 연재한다. 일곱 번째는 우수상 수상작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울산 상개장애인보호작업장 근로생 이효진 母 서진말
4-5살도 살기 힘들 거라는 우리 딸. 오늘이 34번째 생일이다. 올해도 미역국을 끓이고 찰밥과 잡채를 한다. 올해는 찰밥에 든 팥을 골라내지 않고 먹을 거란다.
34 년 전 오늘.그날은 일요일이자 어린이날이었다. 방금 그친 봄비에 햇빛이 반사되어 보석이 쏟아 내린 듯 너무도 찬란한 봄이었는데, 암흑으로 변한 건 한순간이었다.
숨이 차서 울지 못하는 보라색 신생아. 흐물흐물한 근육에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가 휘어질 정도로 빨려 들어가서 가슴에 움푹 홈이 파였다.
살 수도, 살아도 정상으로 살아갈 수 없을 거라는 자식을 품에 안고 미친 듯이 이 병원 저 병원 얼마나 안고 다녔던가? 그 안타깝고 절박함 속에서 절로 나오는 기도. 엄마 소리 못 들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 달라' 고 그 얼마나 애통해 했던가?
신이 이 생명을 나에게 보낼 때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어쩜 원망보다도 나에게 어미 자격을 주기 위해 나의 잠재된 능력을 시험하려는 건지도 모른다며 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기도 했었다.
하지만 꿈같은 현실을 인정하기란 절대 쉽지 않았다.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독한 어미! 눈에 눈물이 어리면 그만큼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 지체되니, 그래서 눈물도 사치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남이 한 발 내디딜 때, 난 두 발을 앞서 미리 나서야 했었고, 집안 대소사 아픈 자식 핑계 대지 않고 매사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조금도 비굴하지 않기 위해 나의 노력은 하루 24시간으로 늘 부족했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숨 가쁘게 빨라도 더 빨라야 하는 비장애인이 사는 세상에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이 들까? 그때 다짐했다. '이 엄마가 네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바꿔줄게'
하지만 이 어미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이 세상을 바꿔줄 수 있을까? 그래서 그때부터 여기저기 내 딸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세상을 향해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예비 장애인', '장애인은 특별나거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고, 조금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뿐이다'라는 메시지를 수 없이 날렸다.
살아만 있어 준다면 훌륭한 자식으로는 키우진 못해도, 적어도 부끄러운 자식으로는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 했으며. 매사에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 아끼지 않았으며,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려고 하면 할수록 그때마다 힘이 부치어 뜨거운 속눈물 흘린 적이 참 많았었다. 그때마다 쇠도 더 강하려면 담금질 당해 두들겨 맞듯,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 자식이 올해로써 13 년째 울산상개 보호작업장 근로생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 갑근세, 주민세 없는 임금명세서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의료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을 내는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직장인이다.
이곳 울산 상개장애인 보호작업장은 단순 작업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지적 장애 근로생들에게 끊임없는 교육으로 사회생활의 미흡한 부분은 잘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운동과 취미 생활로 보충하고 있으며, 많은 행사 참여로 개인 능력을 발전시키며 성실한 사회인으로 항상 바른 기본자세와 인사와 예절이 몸에 배도록 교육을 받고 있다.
혼자서는 2차선 횡단보도도 못 건너던 자식이 이제 퇴근은 혼자서도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집으로 온다. 그렇게 한 달이 되면 성실하게 일한 대가로 받은 임금명세서를 성적표처럼 엄마 아빠에게 내미는 고마운 자식. 장하다 내 딸! 수고했다 내 딸! 품에 안고 토닥토닥. 정말 감사한 일이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열심히 번 돈으로 부모에게는 자식 노릇도 하고 두 조카들에게는 고모 노릇도 단단히 한다. 해마다 어버이날에는 가족 모두 딸이 사주는 식사를 한다. 평생 나 혼자만의 짐인 줄 알았는데, 이 자식이 이 만큼 오기까지는 오래 전부터 많은 후원자분들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주면 많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칭찬 그리고 사랑과 관심으로 이어진 고리가 단단히 연결된 덕분이다.
이제는 짐이 아닌 힘이 되는 자식! 주위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자식!
나이드니 이 자식의 효도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살아가기 고단한 자식으로 낳아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어머니 저를 이렇게 예쁘게 낳아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마다 목젖이 컥~! 하고 막힌다.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옛말이 정말 맞다.
매일 행복한 마음으로 출근 준비 하는 딸!
매일 대견한 마음으로 딸의 출근 배웅을 하는 엄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세 식구 소박한 저녁식사를 할 때면 " 어머니,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요."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누리는 일상생활에도 매 순간 감동하는 우리 딸!
살아있음이 곧 축복이다.
결혼한 오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내 딸.
지금 이만큼에 정말 감사한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고마운 내 딸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