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장애인의 외침, '생명권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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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20-12-06 19:13 조회3,590회 댓글0건본문
대한민국 장애인의 외침, '생명권 보장하라!'
생명권 보장 못 받는 장애인 일상은 냉혹한 생존투쟁 무대
이를 두고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에서는 공공의료 시스템이 체계적이고 인프라가 제대로 됐었더라면, 그리고 정신병동의 폐쇄 환경이 아닌 개방 환경에서 충분한 치료를 받았다면 이러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성토했었다. 탈시설‧탈원화-자립생활의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었음은 물론 장애인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 신규확진자, 누적확진자, 사망자 등에 대해서 지역, 성별, 나이 등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장애와 장애 유형에 따라 구분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감염병 관리 및 예방에 관한 법률」에서 장애와 장애인을 고려한 내용이 없다.
그러니, 코로나 시국에 장애인을 고려해 생명권 관련 맞춤형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신장(이식)장애인이 양성 판정에도 증상 없다는 이유만으로 경증으로 분류해 집에서 대기하다 이틀 만에 사망했다는 신장장애인협회의 기사 내용이나, 병원 내 인공투석실에서 집단 투석으로 인한 집단감염 노출이 우려된다는 내용 등은 이를 반증한다고 본다.
장애인의 생명권은 이렇게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이게 코로나19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을 뿐이지, 실제는 이전에도 장애인의 생명권은 계속 위협받고 있는 신세다.
그 배경에는 장애인들이 보건의료시설에 가는 거 자체가 힘든 것이 한 몫을 차지한다. 일단 보건의료진의 장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떨어진다. 지역사회에 있는 동네 1차 병원도 엘리베이터 없는 2, 3층에 위치한 경우가 수두룩하며, 심지어는 5층에 있기도 하단다. 그 정도로 보건의료시설의 물리적 접근성도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적인 이유로도 보건의료시설을 가지 못한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에 관한 법률」에서 의료비 지원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만 지원되지만, 비용에서 가장 큰 부담은 비급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의 1인당 진료비가 연간 439만 원으로, 노인의 1.3배, 전체 국민의 3.5배인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물리적, 심리적, 경제적 접근성이 열악해, 장애인의 조사망율이 비장애인의 5배, 평균수명이 비장애인에 비해 10년 정도 적다는 2016년 국립재활원의 통계결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감염병 시 장애에 대한 고려 없는 지금의 현실까지 생각하면, 코로나 시국에서 생명권 위협이 장애인에게 더욱 빠르게 다가온다는 건 짐작이 가고도 남지 않는가?
현재 부양의무제는 부양의무자인 부모가 장애인 또는 65세 이상의 노인이어야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위 사례에 나온 부모는 해당되지 않는다. 여기에 발달장애인법을 통한 가족지원의 경우도 예산 제한으로 지원받지 못하는 장애 자녀와 가족들이 많다.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도 구 장애등급, 소득기준 등으로 수급대상을 정하고, 돌봄인력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등 처우가 열악해 돌봄 수준이 충분치 못하다. 이런 배경이 있으니, 어머니가 부양 부담 때문에 살인 미수를 감행한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법원은 딸이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딸 아버지가 선처를 바란다는 점을 들어 어머니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양 부담이 크기에 이해가 가기는 해도, 어머니는 자녀를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지적장애를 겪는 딸은 생명권이 있는 주체다.
가족지원 체계가 체계적이지 않은 현실 속에 부양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결정을 내렸다는 건 어찌 보면 장애인을 생명권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자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법원이 봄에, 다름이 아니란 느낌이 들어, 썩 기분이 좋지 않다.
가족지원 미흡으로 장애인 생명권이 위협받게 될 지경에 이를 정도니,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장애를 겪는 당사자로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모님 생명만 소중한가? 장애인, 부모님 등 모두 다 소중한 존재 아닌가? 체계적인 가족지원이 못내 아쉽다.
5년 전, 인천의 해바라기 장애인시설에서 몸 전체가 피멍이 든 채 중증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설 측에서는 넘어져서 발생한 것이라 했지만, 그러기엔 상처가 너무 심하며, 시설에서 폭행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고 사망자의 아버지는 의심했다. 그래서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인권위에 긴급진정도 하고 시민단체는 대책위원회도 꾸렸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와야만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며, 군청과 인천시는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시설 측에서는 처음에는 자해와 타해가 심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에는 질환을 숨겼다고 하는 등 책임규명을 회피한 채 미적미적댔다. 시설 측의 과실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못했다.
장애인을 인간으로서, 생명권의 주체로 여겼다면 시설 측에서 장애를 겪는 한 인간을 피멍이 들어 사망할 정도까지 방치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사인 규명을 미적미적했겠는가? 시설의 인권침해에 대한 정부의 독립적인 모니터링 부재가 그래서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이외에도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보다 가해로 인한 사망률이 18배에 이르고, 자폐인의 사인 중 7위가 가해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구 10만 명당 4.9명으로 국립재활원 통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미제공, 가족지원 체계 미흡, 장애인에 대한 가치 저하와 편견,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박탈하는 시설‧정신병원 관련 모니터링 부재 등으로 장애인들은 생명권 주체가 아닌 객체로써 삶은 계속 객체화되고 비참해지고 있다.
생명권을 힘겹게 쟁취해야만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장애인에게는 일상이 냉혹한 생존투쟁 무대라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사회에서 살려달라고 절규하며 생명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과 관련된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장애인들은 장애를 겪어도, 최소한 자신의 생명 자체가 존중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누리길 원한다. 시혜와 동정이 아닌 생명권의 주체로 이 세상에서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존재감을 느끼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길 원한다.
이런 장애인들의 바람이 헛되이 되지 않게, 시설과 정신병원에서의 독립적 모니터링 시스템과 체계적인 장애인 가족지원체계 마련, 보건의료 체계의 접근성 확보 등으로 장애인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조치를 국가와 지자체에서 마련하길 강력히 바라마지 않는다.
코로나 시국 속에 어제는 유엔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다. 생명이 위협받기 쉬운 이 시국에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길. 그래서 장애인의 생명권이 존중받고 보장받아, 자유롭게 숨 쉬며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대한민국 사회로 진정 거듭나길.
출처-애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