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은 지폐를 어떻게 구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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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20-11-08 21:29 조회3,805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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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은 지폐를 어떻게 구별할까
대부분 크기·색깔로 구분하기보단 보유한 금액 기억에 의존
물물 교환을 하다 보니 좀 더 쉽게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서 돈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금속화폐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지폐로 발전했고 오늘날에는 신용을 기반으로 한 신용 화폐가 생겨났다.
둘째, 가치 척도의 기능이다. 상품의 가치를 화폐로 나타내는 것이 물건에 매겨지는 가격이다. 상품의 가격이 얼마인가에 따라서 상품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엉터리 사기꾼이 아닌 다음에야 상품의 가치는 곧 가격이 된다. 상품의 가치는 흔하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면 가격이 싸고, 귀한 것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셋째, 가치 저장의 기능이다. 돈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재산이며, 언제든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구매력을 뜻한다. 돈을 저금하는 것은 이러한 가치를 저장하는 것과 같다. 물론 요즘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고 대부분이 통장을 가지고 있다.
한 노인이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노인은 전 재산을 금덩이로 바꾸어서 마당 한 구석 땅속에 묻어 두고 그 금덩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 어느 날 땅속에 묻어 둔 금덩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노인은 대경 질색하며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한 나그네가 돌덩이 하나를 가져왔다.
“어르신은 그 금덩이를 남을 위해 쓸 것도 아니고, 자신을 위해 쓸 것도 아니고 그저 바라보기만 할 것이면 금덩이든 돌덩이든 다를 게 무엇이겠습니까? 이 돌덩이를 금덩이로 생각하십시오.”
그러다가 고려시대에 적극적인 경제정책이 추진되면서 금속화폐(동전)가 처음으로 유통되었다. 고려 숙종 7년(1102) 해동통보(海東通寶)가 주조되어 유통되기 시작했다. 나라에서는 화폐의 유통을 촉진하기 위하여 이때 해동통보 1만 5천관을 고위관리와 문무양반, 군인에게 나누어주고 이를 사용케 하였다.
조선에 들어와서 1423년(세종 5)에 조선통보(朝鮮通寶)를 주조했고 1633년(인조 11)에는 상평청(常平廳)을 설치하고 주조하였으나 동전 유통은 지지부진했다. 임진왜란 이후 1678년(숙종 4)에 동전이 본격적으로 주조되어 유통되기 시작하였으니 이른바 엽전(葉錢)이라 불리던 상평통보(常平通寶)다. 이때 주조된 상평통보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조선 말기에 현대식 화폐가 나올 때까지 통용되었다.
그 후 1894년(고종 31)에 원(元)이라는 화폐가 유통되었으나, 1910년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조선은행권 원(圓)으로 통일되었다가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은행이 설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은 동전은 만져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지폐는 어떻게 구분할까.
오래전부터 여기저기서 “시각장애인은 지폐를 어떻게 구별하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아 왔다. “돈에 표시가 있지만 잘 모른대요.” “그럼 어떻게 구별하나요?” “글쎄요. 돈을 기억한대요.” 그렇게 대답하며 세월이 지났다. 그런데 얼마 전 어떤 분이 또 그런 질문을 해 왔다. “돈에 표시가 있지만 잘 모른대요.” 예전과 똑같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시각장애인은 지폐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특별한 방법이 있어야 될 것 같았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지폐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액면가를 구분하도록 지폐에 점들이 볼록하게 찍혀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문의했다. “신권이라면 어느 정도 구분이 되지만 낡은 돈이면 구분이 안 됩니다.” “전맹이 아니라면 색깔로 어느 정도 구분을 합니다.”
돈의 색깔을 알아보니 오만 원권은 황색이고, 만 원권은 녹색, 오천 원은 적황색, 천 원권은 청색이었다.
돈을 색깔로 구분하다 보니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한 시각장애인이 택시비를 계산하면서 오천 원짜리를 낸다는 게 오만 원짜리를 주었다고 한다. 오천 원권은 적황색인데 오만 원권 황색과 비슷해서 구분을 못하였던 것이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택시기사를 만났기에 “오만 원인데요.”라며 말을 했지, 그렇잖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일단 은행에 가서 천 원권 2장, 오천 원권 2장, 만 원권 2장, 오만 원권 2장씩을 교환했다. 명절이 아니어서 은행에도 신권은 없다며 있는 돈 중에서 비교적 깨끗한 돈으로 바꿔 주었다. 명절에는 세뱃돈을 위해 신권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란다. 대부분의 사람이 돈을 받으면 반으로 접기에 사진을 찍기 위해 반으로 접힌 자국이 없는 돈으로 교환했다.
만 원권의 소재는 세종대왕인데 1973년에 발행되었고, 기본색상은 녹색이며 크기는 148x68이다. 그리고 오만 원권의 소재는 신사임당이고 2009년에 발행되었으며 기본색상은 황색이고 크기는 154x68이다.
현재 통용되는 돈에는 천 원권에는 퇴계 이황 그림 아래 점 하나가 있고, 오천 원권에는 점 두 개, 만 원권에는 점 3개 그리고 오만 원권에는 큰 점이 하나 있다.
현용 화폐에 색깔과 크기를 따로 발췌해서 도표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전맹이 아닌 시각장애인들은 색깔로 돈을 구분하기도 하고, 돈의 질감(촉감)으로 구별하기도 하고, 때로는 크기로 구분한다고 하는데 천 원권부터 오천 원권으로 한 단계가 올라갈수록 6mm가 커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돈을 크기나 색깔로 구분하기보다는 돈이 처음 자기 손에 들어 왔을 때 얼마짜리가 얼마나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발권국으로 문의를 했다. 몇 해 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건의로 현용은행권의 점자 표시가 구분이 잘 안 된다는 건의가 있어서 여러 가지로 검토를 했는데 별 효용이 없었다고 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도 휴대폰을 사용하므로 휴대폰 앱(App,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란다. 시각장애인용 앱을 다운받아서 휴대폰을 화폐에 갖다 대면 얼마짜리인지 돈 액수를 알려주는 앱인데 아직은 오류가 있어 개발 중이란다.
호주에서 개발한 점자화폐에 대해서 문의를 했더니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다각도로 노력은 하고 있다고 했다.
몇몇 시각장애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지금도 비슷한 앱이 있는데 시간도 걸리고 정확도도 낮아 실효성이 없을 것 같단다. 몇 해 전 한국은행에서 지폐 길이를 측정하는 지갑이 나왔는데 그것도 별로 실효성이 없었단다.
현재 지폐는 한 단계마다 6mm가 크지만 6mm로는 구분이 잘 안 되고,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 즉 최소한 6mm의 두 배 정도는 되어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오만 원권이 처음 나왔을 무렵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오간 얘기가 택시비 등으로 만 원을 낸다는 것이 오만 원을 잘못 낸 사례가 많았는데 시각장애인임을 알고는 입을 씩 닦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오만 원을 낸 시각장애인은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은 대부분의 비장애인도 마찬가지지만 시각장애인도 요즘은 구분하기 힘든 지폐보다는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가고 있어서 지폐를 구분하는 일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에도 장애인 콜택시인 두리발이나 자비콜의 사용요금도 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 부언하자면, 화폐를 손상했을 때 한국은행에서는 교환을 해 주는데 손상 정도에 따라서 얼마나 교환 받을 수 있을까.
화폐의 원래 크기에서 찢어지거나 화재 등으로 손상되고 남은 크기가 3/4 이상이면 전액 교환이 된다. 단 화폐가 불에 탔을 때는 불탄 재도 훼손시키지 않고 그대로 한국은행으로 가져가야 된다고 한다.
화폐의 원래 크기의 2/5 이상이 남아 있을 때는 반액으로 교환이 되고, 2/5 이하일 경우는 무효로 처리되어 교환되지 않는다고 한다.
간혹 돈을 다림질해서 반듯하게 펴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는 아니더라도 모두가 돈은 깨끗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출처-애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