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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지하철 승강장 발빠짐 사고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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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22-03-25 19:30 조회1,2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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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산역 탑승 중 발생, 무릎 촛대뼈 까져

차량과 승강장 연단 간격 20cm…‘사고 위험’

 

얼마 전 ‘장애인은 버스 타기 정말 어렵다’(에이블뉴스, 2022-02-11)에서 버스가 어디에 설지 모르는 데다 버스 계단이 너무 높아 장애인은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지하철 승강장에 표시된 곳에 기다리고 있으면 정확하게 그 앞에 정차했고 지하철 문이 열리고 그대로 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가끔 승강장 지하철의 간격이 벌어져서 발 빠짐을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나오기도 하지만 승강장에서 지하철은 그냥 평지다. 그래서 발만 내디디면 옮겨 탈 수가 있다. 그런줄 알고 발만 내딛다가 허공에 빠졌다.

지하철 서면역.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하철 서면역. ⓒ이복남
며칠 전 시각장애인 A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지하철에 빠졌어요.” 순간 필자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스크린 도어가 있는데 어떻게 빠져요?”

요즘은 지하철에 스크린 도어가 있어 예전처럼 지하철 승강장에서 철로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지하철에 빠졌다니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그게 아니라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발을 내디뎠는데 승강장 지하철의 간격이 너무 넓어 발이 허공을 디뎌 지하철 승강장 사이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옆에 있던 승객들이 끌어 올려 주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양쪽 무릎 촛대 뼈가 다 까졌습니다.” 병원에 안 가봐도 되겠어요. 병원에 가는 것이 더 귀찮다고 했다.

“내일 한 번 가볼게요. 무슨 역 몇 번 승강장이에요?” 지하철 1호선 노포행인데 빠진 곳은 연산역 7-2 승강장이라고 했다. “어디로 가시는지 모르겠지만, 혹시 보는 사람 있으면 다친 다리 사진 한 장 보내 주세요.”

A 씨의 다리 사진. ⓒA 씨 제공 에이블포토로 보기 A 씨의 다리 사진. ⓒA 씨 제공
한참이나 지난 후에 A 씨는 하차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다친 다리 사진을 보내왔다. 그야말로 무릎 촛대뼈가 다 까졌으니 얼마나 아팠으며 순간적으로 또 얼마나 놀랐을까.

다음 날 아침 부산교통공사 시설과로 전화를 했다. 요즘은 역사마다 CCTV가 다 있을 테니 어제저녁 연산역의 사고도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부산교통공사에서는 어제저녁 연산역 사고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호선 남포역 서면역 연산역 등은 곡각지점이라 간격이 넓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하철 승강장의 간격은 10cm 이내이기 때문에 곡각지점에는 추락 방지용 고무 패킹을 덧대 놓았다고 했다. 필자가 오후에 가볼 거라고 했더니 연산역에 이야기는 해 놓겠다고 했다.

지하철에는 ‘발빠짐 주의’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글자도 보지 못할뿐더러 지하철 승강장 사이의 간격을 잘 알 수 없으므로 발이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후에 지하철을 타고 연산역으로 갔다. 부산교통공사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역에는 고무 패킹이 없었지만, 서면역에는 지하철 승강장 사이 간격이 10cm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승강장 쪽에 5cm 정도의 고무 패킹이 있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 A 씨가 빠졌다는 연산역 7-2번 출구로 가보니, 맙소사! 지하철 승강장 사이는 20cm 정도는 되어 보였다. 시각장애인은 물론이고 어린아이들도 건너기 어려운 간격 같았다. 물론 ‘발빠짐 주의’라는 문구가 있었고 지하철이 연산역에 도착하면 ‘발빠짐 주의’라는 안내 멘트도 나오고 있었다.

1호선 노포행 연산역 7-2번 출구.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1호선 노포행 연산역 7-2번 출구. ⓒ이복남
그러나 지하철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20cm쯤 된다면 시각장애인이나 어린이는 물론이고 웬만한 노인들도 건너기 두려운 간격 같았다.

연산역을 둘러보고 연산역 역무실로 갔다. 필자의 이름을 대고 어제저녁 사고에 관해서 이야기하니 지하철 본부에서 연락받았다고 했다. “어제 저녁 사고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가요?”

“우리한테 얘기를 안 했는데 우리가 어찌 압니까?” 따로 얘기를 안 했으므로 모른다고 했다. 사고 당시 모습을 좀 볼 수 있느냐고 했더니 본인이 오거나 정보공개 요청을 하고 위임장을 가져오면 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이 오지도 않았고 위임장도 없으므로 필자는 사고 영상을 볼 수는 없었다.
“7-2 승강장은 간격이 너무 넓던데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는 모릅니다.”

시각장애인 A 씨는 병원에 가서 치료 받고 진단서를 끊어서 지하철 공사에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하는 등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어야 했을 것 같다.

역무원의 어이없음에 그냥 돌아오고 말았지만, 몇몇 지체장애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전동스쿠터는 바퀴가 약간 커서 그런 일은 별로 없지만, 전동휠체어는 바퀴가 작아서 잘 빠진단다. 전동스쿠터 앞바퀴는 12~13cm이고, 전동휠체어 앞바퀴는 8cm정도인데다 걸리면 빙그르르 돌기 때문에 더 잘 빠진다고 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데요?” 옆에 있는 승객들이 잡아당겨 준다고 했다. 까딱하면 목발도 빠지기 일쑤라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엘리베이터에 내려서 지하철 장애인 칸에 탑승하려면 중간에 기둥이 있어서 바로 타기가 어려워서 몇 번이나 전진 후진을 반복해야 된다고 했다.

전동휠체어(상) 전동스쿠터(하).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동휠체어(상) 전동스쿠터(하). ⓒ이복남
몇 군데 전화를 해서 혹시 외국 사례를 물어보니 전부 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2015년 2월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5년간 전국에서 일어난 발빠짐 사고는 총 327건으로 연평균 65건에 이른다고 했다.

연도별로는 2010년 41건, 2011년 69건, 2012년 67건, 2013년 82건, 2014년 68건으로 2010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60건 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발췌).

이 국회 보고자료는 2010∼2014년 5년간 전국에서 일어난 발빠짐 사고다. 이것은 지하철에 신고된 건수이며, A 씨처럼 신고도 안 한 건수는 또 얼마나 될까. 당시에도 발빠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김모 씨가 2016년 8월 서울 지하철 5호선 신길역에서 길동역 방향 열차에 승차하다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발이 빠져 요추염좌 및 긴장 척추 불안정 등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이에 김 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에 공식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도시철도공사는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라며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김 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시설이 관계 법령이 정한 시설기준 등에 부적합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러한 사유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한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신길역에 하자가 있으므로 도시철도공사 측에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 씨는 치료비 13만 9천 원과 위자료 200만 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승객 부주의 책임도 일부 인정해 치료비의 경우 공사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그래서 청구액 치료비 13만 9천400원 가운데 9만 7천580원과 위자료도 청구액 200만 원 가운데 1/4인 50만 원과 합해서 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지하철 발빠찜 사고. ⓒ네이버 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하철 발빠찜 사고. ⓒ네이버 뉴스
이 내용은 ‘지하철 발빠짐 사고. ⓒ네이버 뉴스’에 나오는 두 번째 기사인데, 재판부는 승객 김모 씨의 부주의를 30%로 인정했다. 김모 씨는 보는 사람일 것이고, 발빠짐을 주의하라는 방송을 들었을 것이고, 스크린도어에 써진 ‘발 빠짐 주의’라는 문구도 보았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지하철 승강장의 간격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 김 씨의 부주의를 30% 인정했다면, 지하철 연산역에서 발빠짐 사고가 일어난 A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안내 방송은 들었을 수도 있지만, ‘발빠짐 주의’라는 문구는 보지 못했고 지하철 승강장의 간격도 보지 못했다.

따라서 만약 A 씨가 부산교통공사와 소송을 한다면 시각장애인 A 씨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안내 방송을 잘못 들었다는 1%쯤의 책임이 있을까. 99%는 지하철의 책임이다.

필자가 부산교통공사에 문의를 했을 때도 그렇고 언론에서도 ‘철도안전법에는 전동차와 승강장 간격이 10㎝가 넘을 경우 발 빠짐 사고를 방지하는 시설을 설치하게 돼 있다.’라고 했다. 「철도안전법」 그 조항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국토교통부(철도안전정책과)에 전화를 했다.

지하철 실족사고 방지. ⓒ법제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하철 실족사고 방지. ⓒ법제처
전화 받는 사람도 처음에는 잘 몰라서 찾아보고 연락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철도안전법」이 아니라 「도시철도건설규칙」 제30조의2(승강장의 안전시설) ③항에 나와 있다고 했다.

「도시철도건설규칙」 [시행 2021. 11. 3.]
제30조의2(승강장의 안전시설) ③ 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10센티미터가 넘는 부분에는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하여야 한다. [전문개정 2010. 10. 8.]

그런데 ‘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10센티미터가 넘는 부분에는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차량과 승강장의 간격이 10cm가 넘는데도 실족 방지 설비를 갖추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에 대한 방지책이나 과태료 또는 벌금 조항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두되었음에도 아직도 미적미적 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하철 승강장의 간격은 곡각지점이라 어쩔 수가 없다면, 지하철 승강장에 정차하면 저상버스 승강장처럼 승강장에서 발판이 나오게 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전문가들이 그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겠지만.

필자가 연산역에 갔을 때 역무원이 말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데 신고도 안 한 사건을 우리가 어찌 알겠습니까?” 역무원의 말투는 불친절했고 내가 그런 것까지 다 알아야 하느냐는 듯이 퉁명스러웠다.

진하경 과장(상)과 김수진 예보(하). ⓒJTBC 에이블포토로 보기 진하경 과장(상)과 김수진 예보(하). ⓒJTBC
얼마 전 ‘기상청 사람들’에 나온 한 장면이 떠올랐다. JTBC ‘기상청 사람들’에서 기상청 총괄2팀에서 초단기 예보인 김수진(채서은 분)은 민원전화에 시달리다 못해 전화를 끊고 눈물을 글썽이며 옆에 있는 다른 직원에게 하소연했다. 그러자 진하경(박민영 분) 과장이 대답했다.

김수진 예보 : “내가 이런 전화나 받으려고 어렵게 공부해서 기상청에 들어온 줄 알아, 날씨 예보하려고 들어 왔는데.”

진하경 과장 : “우리 그런 일 하려고 들어 온 거 맞아, 우리가 시민들을 위해서 봉사하기 위해 여기 있는 거야. 세상에 하찮은 일이란 없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그들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상청뿐만 아니라 지하철공사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승강장 사이의 간격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건의하겠지만, 연산역의 그 역무원도 필자가 그렇게 찾아갔다면, ‘미처 몰라서 죄송합니다. 그 시각장애인은 많이 다쳤습니까? 병원에는 가 보셨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습니까?’ 이 정도는 말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신고도 안 했는데 우리가 어찌 아느냐’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시민을 응대하는 자세는 참 씁쓸했다.

​출처:에이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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