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야 노올자 캠페인 “아름다운 치매 그래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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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달자립센터 작성일24-08-05 23:13 조회36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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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질병이 치매라고 한다. 치매는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가족이 낯설고, 그동안의 삶이 깡그리 지워진 채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이 치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성환 시인의 시 ‘치매’를 읽으면서 치매의 미학에 혀를 내둘렀다. 무서운 단어 치매를 어찌 이토록 아름답게 치환시킬 수 있단말인가!
bing AI로 생성한 이미지. ©방귀희
치매
황성환
먹었다는 것을 잊고 또 먹는다
배부르다는 것을 잊고 또 먹는다
그러다 이내 토한다
토했다는 사실을 잊고 또 먹는다
헤어진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
그러다 이내 설움을 토한다
토했다는 사실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
이 시는 “솟대평론” 14호에 실린 작품이다. 황성환 시인의 모든 작품이 훌륭하지만 이 시는 독자들에게 아주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다. 1연과 2연이 병렬식이다. ‘먹었다는 것을 잊고 또 먹는다’는 싯귀는 치매의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 구도를 그대로 가져와서 ‘헤어진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라고 머리로는 이별을 받아들였지만 가슴은 여전히 사랑중이라고 고백한다.
배부른 것을 잊고 또 먹다가 토해내듯이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또 그리워하다가 설움을 토해낸다. 토해낸 설움으로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있다. 마치 치매 엄마가 토해낸 양을 보고 ‘도대체 얼마나 드신 거야’라며 소리지르는 딸의 목소리 크기처럼 서로 비례한다.
그런데 이 시는 마지막 싯귀에서 애잔한 여운을 남긴다. 토했다는 사실을 잊고 또 먹듯이 설움을 쏟아냈다는 사실을 잊고 다시 그리워하니 말이다. 이별의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그리움 때문에 아팠던 날들이 고스란히 떠오를 것이다. 잊어야 하는데 잊혀지지 않는 그 고통이 얼마나 가슴을 쑤셔놓았는지....
내가 만난 시인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장애가 심한 편이었다. 잘 생긴 얼굴과 세련된 매너로 매력을 발산하는 호감형이라서 이성에게 인기가 많았을 터라 이 시(詩) 역시 시인의 경험에서 나온 듯 하다.
나는 요즘 청장년들 가운데 사랑의 가성비를 따지느라고 연애를 못한다는 글을 읽고 매우 슬펐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 하여 외친다. 젊은이여! 사랑을 하라
황성환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제학과 졸업
2022년 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최우수상(시부문)
김포청소년국제영화제 마을공동체 부문 최우수상 <미스터그린>
용인시장애인인권영화제 대상 <계단깨기>
*이 글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대표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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